“어서 먼저들 휭하니 올러가거라. 내 담배 한 대 피우고 이내 뒤쫓아갈께시니…”
지게 위 목판에다 마지막으로 무나물 보시기를 얹어놔주며 문 서방은 말했다. 큰놈은 그래도 철이 들어서 아버지의 눈치를 슬슬 보며 버티어논 지게 앞으로 가더니 한쪽 무릎을 세우고 어깨를 디어민다.
“엎지를라. 비알을 올러갈 때 몸뚱일 앞으로 폭 까우려.”
“예 ―”
“창식인 집이서 분이나 데리구 놀잔쿠.”
막걸리 담긴 주전자를 들고 앞서는 둘째놈을 보고 문 서방이 달래듯 말을 하니 큰놈이 받아서,
“그래라. 그 주전잔 인 주구 분이하구 간난이나 데리구 놀어.”
“나두 싫은걸.”
“인저 또!”
중식(큰놈)이는 제법 형의 위엄이나 보이려는 듯이 눈을 딱 부릅뜬다.
“간난인 누나가 보잔나. 분이두 간다는걸!”
“난두 간다나!”
하면서 저만큼이나 앞서 달아나는 분이를 보고 큰놈이 버레기 깨지는 소리를 친다.
“가긴 어딜 가! 이놈에 지지배!”
말뚝처럼 마당 한복판에 서서 이 꼴을 보고만 섰던 문 서방은 다 죽어가는 사람의 목소리로,
“놔두렴. 거 그리 멀지두 않구 허니…”
이렇게 큰놈을 타이르고,
“철들이 나기나 해서 그런다면 좋겄다만서두…”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문 서방 아내의 삼우제를 지내러 가는 구슬픈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