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오버, 털 자켓, 원피스, 양말, 구두, 양복천, 심지어 자동차니 트럼프 같은 아이들 장난감들을 온 방안에 늘어놓고 이것은 싱싱하니 팔아야겠다는 둥 팔면 얼마는 받을 거라는 둥 얼마만 돈이 되면 얼마는 떼어서 무엇을 하고 또 얼마로는 큰녀석 스케이트를 사주고, 어디 곗돈이 얼마니까 그것은 어떻게 하고 스무날 계는 깨어질 염려가 있으니까 눕혀두는 것이 좋겠고, 이렇게 곰살궂은 셈을 챙기고 있는 아내를 번 듯이 누워서 쳐다보며 훈은 아내도 변했구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변했어도 이만저만하게 변한 것이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백팔십도니 어쩌니 하지만, 지금 훈은 그런 용어쯤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송두리째 변했다.’ 이런 말도 입속으로 중얼거려본다. 그러나 그 말에서도 훈은 실감을 못 느끼던 것이다. 벌써 이십 년을 같이 살아오는 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