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며칠? 십구일? 십구일이 무슨 요일이던가? 토요일? 아니, 그럼 그럴 것 없이 아주 월요일루 합시다. 월요일 아침으로. 뭐 마찬가지지, 일요일이라 공장두 대개 놀께구. 그래, 그렇게 해요. 응, 응, 그렇지 그래. 그때까진 어떻게 될 꺼요.”
우선 이렇게 전화를 끊고서야 군주는 모들뜨기 숨을 내쉬었다. 이십일일까지란다면 앞으로 닷새는 있다. 그때까지 씌어질 것 같지도 않기는 했지만, 우선 닷새 동안만이라도 숨을 돌리니 살 것 같아서다. 원래 다작을 하는 편은 못 되었지만 이즈음처럼 소설이 안 씌어진 일은 별로 없었던 성싶다. 갈수록 소설이 어려워진다고 후배 되는 사람들한테도 가끔 이야기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런 때는 대개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이제 소설 공부를 시작했거나 쓰기 시작한 젊은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쉽게 소설을 다루려 하는 성실치 않은 작가 태도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고, 또 한가지 의미로서는 삼십 년 가까이나 소설을 써오면서도 이렇게 소설에 대하는 태도가 경건하고 진실하다는, 말하자면 자기 선전일 경우가 많지만, 이 허세 속에 그의 진실한 고백도 섞여 있던 것이다. 정말 요새처럼 소설이 어려워져 본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