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씨개명짜가 어드레서 남아 있슴메? 지기럽다이?”
그는 한 번 뱀눈으로 쪼옥 쏘아보고는 곧 호적부에 뭐라 휘적대더니 이렇게 말했다.
“동무, 즉금 서울이 해방된 아주 됴온 날이라 내 맘세르 쓰우다. 스즈끼라는 썩어질 반동 이름으 대신 삼칠년 삼월 칠일 생을 따서리 삼칠로 했수다. 됴온 이름이니까니 앞으로 개당하게 쓰기 바라우다.”
그때부터 삼칠이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그가 장성했을 때 섰다판에서 하고한 날 이름 따른다고 삼칠 패만 잡는 바람에 망통 별명까지 덧붙여지면서 전설로 전해지는 삼칠 망통 이름이 삼송리에서 불리게 된 것이다.
“근데 요놈들이 먼저 자리 잡고 살던 네안이고 에렉이들을 죄 죽였다네? 여기 우리 삼송리도 딱 보면 그 꼴이여, 이게. 아파트 단지들 생기면서 사람들 얼마나 새로 들어왔는가? 그 인간들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그거여, 내가 보기엔. 그러면 우리는 뭐냐? 그 인간들한테 잡아 먹히는 신세이고. 그래서 내가 이름 좀 붙여봤다 이건데, 우리는 삼송 사피엔스다~. 어때? 니들이 호모 사피엔스이면 우리 삼송리 사람들은 삼송 사피엔스, 그것도 잡아 먹히는 게 아니라 같이 맞붙어 싸우는 삼송 사피엔스! 응?”
“삼송 사피엔스라, 거 그럴 듯하다! 우리는 저 호모 사피엔스 놈들에게 절대 잡아먹히지 않는 삼송 사피엔스라~!”
문 단장은 감탄과 함께 새삼스럽다는 눈길로 영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