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이순익(李淳翼). 이북명(李北鳴)은 흥남질소비료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제 치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조선 노동자들의 삶과 저항을 그린 첫 작품 「질소비료공장」을 1932년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같은 해 《비판》에 「암모니아 탱크」를 발표하였으며 이 작품에서도 공장을 배경으로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1935년에 발표된 「민보의 생활표」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며 급여를 받아 가족을 부양하는 ‘민보’라는 인물의 가계부를 소재로 삼아 당대에 손쓸 수도 없이 몰락의 길로 내몰려 가는 하층민의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소시민 지식인 출신인 다른 여러 카프 작가들의 작품이 관념적이거나 도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현장 노동자 출신인 이북명의 작품은 체험으로부터 얻은 구체적인 현실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성취를 이뤘으며, 그에게 ‘조선 최초의 노동자 작가’라는 이름을 가져다주었다.
이북명은 두 번의 투옥 이후 노동자를 내세우는 작품을 기피하고 도시 빈민과 소시민의 모습을 그려 낸 「답싸리」 같은 작품을 발표하거나, 일제 말기 「빙원」이나 「형제」 같은 친일 작품을 써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광복 후 다시 노동 소설로 돌아가 1947년 노동자 계급의 성장 과정을 그린 「로동 일가」를 발표했고, 월북한 뒤에는 장편 『당의 아들』, 장편 『등대』 등 북한의 경제정책과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북한 문단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북명은 1988년 무렵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