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배가 인천에서 한 이틀 묵게 될지도 모른다는 정장의 말에 석은 가슴이 울렁하는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꼭 사형이 되리라고 아주 깨끗이 단념하고 있던 죄수가 뜻밖에 석방이 된다는 말을 들은 때와도 같은 충격이었다. 만일에 꼭 이삼 일만 인천에서 지체가 될 마련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당진엔가 하는 데를 가볼 수 있을 것이다. 범선이라도 인천서 해변까지면 하룻길밖에는 안 될 성싶었고, 배에서 당진까지가 이십리 가량 되어 보이고 오장골이란 동네는 지도에도 없는지라 정확한 거리는 알 수가 없었지만, 면천면이라고 보니 맨 변두리가 된대도 기껏해야 삼십리보다 더 멀성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