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시작되지 않았으나 어디선가 반복될,
잿빛 환영으로 그리는 세계에 대하여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열여섯 번째 작품으로 양선형 작가의 『말과 꿈』이 출간되었다. 『말과 꿈』은 2014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양선형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말하는 양선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깊은 고집을 담았다.
“나는 달리는 말을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달리는 말의 잔등 위가 소설 자체의 영원한 목적지가 되는바로 그런 소설을 쓰게 될 거야”둥글게 그리는 선형의 궤적을 따라집요한 상상으로 질문하는 발자취
표제작 「말과 꿈」은 주인공 ‘그’가 꿈에서 만난 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어느 날 ‘그’는 텔레비전에서 ‘녀석’의 모습을 발견한다. ‘녀석’은 아주 유명한 경주마가 되어 있었다. 스크린 너머로 ‘녀석’을 마주한 순간. ‘그’는 신비로운 일을 경험한다. 과거 교통사고 이후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던 어슴푸레한 환영”이 ‘녀석’의 모습으로 조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환영인지 모를 꿈속에서였으므로, ‘꿈속의 말’과 실종된 말이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오직 ‘그’만의 실제였다. 그런데 ‘녀석’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전에는 ‘녀석’이 ‘그’를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그’가 녀석을 위해 움직일 차례였다.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감각이” ‘그’를 에워쌌다. 결국 “그는 하루쯤 녀석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로 결심하고, ‘녀석’이 사라진 곳, 활주로로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