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빛이 내린 동시집

유종우 | 키메이커 | 2023년 04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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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물소리를 떨어뜨리면 물소리가 떨어져.
바닥에, 밑바닥에 물소리를 떨어뜨리면 나뭇잎의 눈시울에서 눈물이 떨어져.

눈 덮인 산기슭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의 소리.
눈 내린 낡은 지붕에서부터 밑바닥에까지 이어져 있는 낮은 소리의 가닥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 또 귓가를 적신다. 닫힌 귓전을 두드린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들리지 않았는데, 정신을 가다듬고 얼어붙은 어제의 옷장에서 꺼내 든 어제의 옷가지들에서 물소리가 떨어지기 시작했지.

귀에 들려오는 것은, 먼 데서 출발해 소리의 정류소를 경유해 멀리 떠나가는 소리.
운행하는 시야의 한쪽 모퉁이에는 어제 들었던 소리들이 구겨진 채 내버려져 있고, 지나가는, 무심히 어디엔가로 헤엄쳐 가는 발등 위의 빗금들은 반복되는 규칙 속에서 새로운 기다림의 곡선 사이로 다가서고 또 뛰어들려 하지.

시선과 시선 속에서 닫힌 소리의 껍질을 깨고 밀려 나오는, 거친 숨결로 솟구쳐 밀려 나오는, 겨울을 품에 안은 새날의 소리들. 같은 시선, 다른 얼굴로 서로를 보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는 같은 듯 다른 실재하는 하나의 흐름이 놓여 있을 뿐.

그 흐름을 타고서 물소리가 흐른다. 나뭇잎의 눈앞에서 떨어져 나와 눈 덮인 산기슭을 지나 눈 내린 낡은 지붕 위로 떨어졌다가 밑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하루 내내 기다리며 지켜보았던 눈 뜬 새 아침의 그 겨울 물소리가 흐른다.



저자소개

유종우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바닷바람’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지구 사랑 공모전 시 부문 입선.
최근작으로는 ‘초록빛 동시처럼 푸르게 나부끼며’, ‘기다림 속으로 스며든 새벽의 눈물처럼’, ‘동시 나라 동시집’, ‘집 없는 강아지’, ‘겨울빛이 어린 동화집’, ‘노란색의, 파란색의, 주황색의, 빨간색의 빗물을 본 적이 있나요?’, ‘일상에서 만난 시’, ‘재미있는 동화책’,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등이 있다.







목차소개

서문
새벽에 비가 내리면
아침의 그 햇살과 같이
별빛으로 물든 새벽 언덕에 서서
나무와 잎
겨울빛 눈비에 젖어
꼬끼오 짹짹
새벽 아이스크림
겨울 여우
별빛의 맑고 푸른 산은 반짝이고
하얀 수염의 산타 할아버지
빗속의 놀이터
그 겨울의 크리스마스트리
밝고 따스한 그 품 안에서
수프 한 그릇
하얀 겨울빛의 눈을 맞으며
유리가 떨려요
물의 새 그리고 물소리
거북이와 거북이가 서로 만나면
다사로운 눈빛 같은 하얀 입김으로
창문 틈 사이의 작은 새
새벽 언덕 위의 크리스마스트리
나무숲에서 맛보는 아이스크림
새벽하늘의 별자리
에스키모 아저씨가 부르는 겨울 노래
잎 하나 별 하나
요술쟁이 할아버지의 선물
물 위의 연잎은 새벽의 별빛과 같이
비에 젖은 비를 조각하는 비구름의 언저리에는
겨울 눈보라의 노래
하얀 벌판 위의 겨울나무
얼음 꼬마 요정
겨울 숲에 달빛과 별빛이 내리면
얼음으로 무얼 만들까?
다시 바라보는 그 옛날의 별
아기 올빼미의 겨울 비행
호수의 물빛에 젖어
춥게 더 춥게
물빛은 한데 어우러져
도시의 낮을 보았다
겨울빛의 안개 나무
물의 햇살
연초록이 좋아요
창유리에 비치는 빗물
달빛이 반짝이는 밤에
작은 참새는 도로변에서 먹이를 주워 먹고
그 마음과 같아서
연못의 비밀
나무 사이의 너는
옛 별
우연이 아닌, 우연의 길 위에서
호수의 물빛 같은 그 품에 안겨
솜털 같은 은빛의 소리들
아침에 만나는 햇빛의 인사
레몬 맛 사탕
오늘 하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별빛의 도시
연록빛으로 메아리쳐 어디로든 흐르며
민들레 할아버지
아침의 숲과 같은 그 별빛으로
겨울의 꼬마 바람
도시의 진박새
은하의 달은 지붕 위에 앉아
그 향기로 물결쳐 흐르며
하얀 눈 위에서의 포근한 낮잠
병아리 통통
눈사람의 하얀 웃음
초록색 물이끼
바람을 따라
길 위의 하얀 날갯소리
새벽 별빛이 촉촉이 반짝이는 날에
나무를 생각하는 사람
달빛 요정
겨울 반딧불
솔새사촌
낯설지 않은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겨울비 내리는 날엔 우산 없이 길을 걸으며
노란 빛깔
불빛이 흐르는 새벽의 거리에는
흰빛의 토끼와 노란빛의 꽃
새벽의 강을 따라 흐르는 물 위의 은하수처럼
겨울의 온기를 품에 안듯
새로운 불빛의 모습으로 깨어나
강과 바다 위에도 길이 있나요
어둡고 외진 구석진 그 길을 지나
겨울에도 춥지 않은 두 손
물 위로 이는 어느 아침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처럼
그 겨울의 그때에
화단의 나무들 사이에서 푸른 노랫소리가 들려와
찬 바람이 부는 겨울 길에는
달빛으로 별빛으로 물들며
나뭇가지와 잎들처럼
안개 호수 위의 바다오리
반짝이는 하얀 크리스마스트리
흰 눈이 내린 공원길
늘 혼자라고 생각한 귀뚜라미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
창유리 같은 유리컵에 빗물은 어리며
고요한 어느 겨울의 새벽에
하얀 빛깔의 느낌
새벽 바다의 불빛
햇빛이 비치는 창문
새날은 빛으로 쏟아져 내리며
비 내리는 오후의 풀잎은
길 위에 마주 선 하얀 겨울의 빛들처럼
새벽에 보았던 새벽 숲의 모습과 그 목소리
그저 하얗게 어우러져 나부끼듯 일렁이다가
나무숲에 흐르는 개울물을 따라
기다림은 비에 젖은 채 그 길 위에 남아
푸른 달빛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밤에
겨울 언덕 위의 크리스마스트리
하얀 눈 사이로 흐르는 눈빛 같은 노랫소리
다홍색의 날개로 물길을 따라 소리 내어 날며
푸른 별빛의 노래
흰 눈이 내리는 푸른 숲에는
어제 낮에 보았던 바다 위의 달빛은 다시금 출렁이며
안개와 푸른 나무의 이야기
그 푸른 날은 푸른 바람을 따라 나부껴 물결치며
흰 눈 속에서 피어난 바람결 같은 붉은 꽃잎들
바다의 새가 듣는 소리
어린 시절의 숲 안개
파도처럼 해안으로 밀려드는 그 별빛의 날에
하얀 눈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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