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여기에 올라서 보니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이 실경이란 도저히 붓끝으로 그릴 수 없습니다. 눈이 아물아물하도록 펴나간 저 푸른 벌! 그 속으로 반듯반듯 빛나는 작은 시내며 이 산 모퉁이 저 산 모퉁이 끝에 다정스레 붙어 앉은 농가들 그리고 들을 건너 깃을 찾는 새무리들은 푸른 하늘가에 높이 떴습니다. 그 날개까지도 파랗게 보이죠. 낮이 저들에게 있어서 엄한 아버지라면 밤은 저들에게 자애스러운 어머니일 것입니다. 그 평화스러운 품안에 안기어 차츰차츰 잠들어가는 저 푸른 벌 누가 감히 저들의 고운 꿈을 깨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