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그런데 말야. 우리집 형편이 이전 농사를 못하게 되지 않었나. 그러니 자네도 자네 갈 길을 취하여야 하네.” 그는 그의 아버지의 유언을 잠깐 생각하였다. “김서방은 내가 죽는다더라도 내보내지 말아라. 그를 내보내면 우리집은 다된 것이다.” 그는 다시 가슴이 뭉클해서 김서방을 흘끔 쳐다보았다. 해골을 보는 듯한 그 얼굴! 그를 더 둬야 송장이나 보았지 더 무엇을 얻을 희망은 없다. 그리고 요새부터 사랑벽이 쿵쿵 울리도록 하는 김서방의 기침소리는 마지막 운명하는 사람의 담 올리는 소리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던 것이다. 더구나 군에서 나오는 손님이나 있으면 그 기침소리가 한 가락 더한 듯하여 금시로 내쫓고 싶은 맘이 들곤 하였던 것이다. 김서방은 청천 하늘에 벼락을 맞는 듯한 면장의 말에 기가 질리어 아무 말도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