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조회수 2400만 유튜브 〈주락이월드〉, 조승원
위스키의 본산 스코틀랜드에 가다
스코틀랜드의 스페이사이드와 아일라 증류소 탐방기
“와…… 인생, 이 맛이네.”
이 정도로 맛 좋은 위스키를 마시면
머릿속 근심과 걱정이 몽땅 다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 술이 있어 즐거운 세상이다.
스카치위스키가 있으니 더 즐거운 세상 아닌가.
“잔을 비우고 나면 팍팍한 현실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겐 위스키 한 잔이 삶의 큰 기쁨과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_본문에서
“아무도 안 쓸 것 같다면 더 늙기 전에 나라도 쓰자. 내가 직접 써서 내가 맨 먼저 읽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와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을 펴낸 술꾼 조승원 기자가 이번에 펴낸 책은 스카치위스키 증류소 탐험기이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써서 내가 맨 먼저 읽어보’는 책이 아니라,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는 스카치위스키에 대한 책을 펴내며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위스키의 세계는 대서양이나 태평양 같다. 그 넓은 바다에서 나는 모래 한 줌 쥐어봤을 뿐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노력한다고 해도 이 세계를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위스키 전문가’라는 표현을 스스로는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비전문가인 내가 감히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애호가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듣고 온 기록을 남겨놓는다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매주 일요일 새 영상이 올라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주시는 〈주락이월드〉 애청자 분들께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드리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서 탄생한 이 책에는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탐험하고 돌아온 조승원 기자의 ‘애주력’과 ‘기자력’이 아일라 위스키의 피트 향처럼 짙게 배어 있다. “피트……!”
‘스카치의 심장’ 스페이사이드 & ‘위스키 성지’ 아일라
스카치위스키 협회에서는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다섯 개 지역(하일랜드, 스페이사이드, 로우랜드, 아일라, 캠벨타운)으로 나눈다. 이번 책에는 스페이사이드(Speyside)와 아일라(Islay) 증류소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스페이사이드는 130개에 달하는 스카치 증류소 가운데 절반가량이 몰려 있어 ‘스카치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곳이고, 강력한 피트 향으로 특히 유명한 아일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으로 ‘위스키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유튜브 채널 〈주락이월드〉로 ‘술이 있어 즐거운 세상’을 전파하는 조승원 기자가 라세이 증류소 이세기 디스틸러와 함께 탐험한 55개 증류소 중 스페이사이드 증류소 17곳과 아일라 증류소 9곳을 그 역사부터 위스키 제조 공정과 설비까지 상세히 소개한다.
어딜 가나 증류소가 눈에 띌 정도인 ‘스카치의 심장’ 스페이사이드에서 만나볼 증류소는 모두 17곳. 스코틀랜드 토속주에 불과했던 싱글몰트를 세계 시장으로 전파한 글렌피딕, ‘몰트위스키의 아버지’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활약하고 있는 발베니,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명품’이 되어버린 맥캘란, 조니워커의 핵심 몰트 증류소 중 한 곳인 카듀, 스페이스 X 우주선과 함께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보리 씨앗을 심어 위스키를 생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글렌리벳, 60년 넘게 위스키를 만든 업계 최고 장인이자 스카치 발전에 헌신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은 데니스 말콤이 몸담고 있는 글렌 그란트, ‘시바스 리갈의 고향’이자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증류소로 꼽히는 스트라스아일라, 한국인이 사랑하는 위스키 발렌타인의 심장 글렌버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아일라는 인구 3000명에 불과한 섬이지만 현재 가동중인 증류소만 9개에 달한다. 1779년에 설립되어 2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보모어부터 2017년에 문을 연 신생 증류소 아드나호까지, 오랫동안 이어져온 역사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발령된 시기에 특유의 ‘소독약 냄새’로 의약품 반입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라프로익, 1930년대 조선 경성에서도 즐긴 화이트 호스를 탄생시킨 라가불린, 오크통 하나가 250억 원에 팔리며 위스키 역사를 새로 쓴 아드벡, 영국 육해군 합동 작전으로 섬까지 보일러를 이송해 와 증류소 재단장에 성공한 보모어, 위스키 제조 공정이 ‘대량살상무기’ 제조 공정과 비슷하다며 미국 정부기관 사찰 대상이 되었던 브룩라디, 부나하벤과 브룩라디 증류소 설립(1881년) 이후 아일라에서 124년 만에 탄생한 신생 증류소 킬호만 등을 만나본다.
내가 마신 위스키의 이 풍미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저자는 각 증류소마다 위스키 제조 설비와 공정을 철저히 조사해 기록했다. 언뜻 비슷한 설비, 비슷한 공정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보리 발아→건조→분쇄→당화→발효→증류→스피릿 컷→숙성’ 이 모든 과정에 증류소마다의 원칙과 전통이 담겨 각자의 개성이 담긴 위스키가 탄생한다. 예를 들어, 발효 과정에서는 발효를 길게 하면 풍미가 더 복합적으로 변하고 과일 풍미가 강해지며, 증류 과정에서는 증류기 크기와 형태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일반적으로 증류기 크기가 작고 라인 암이 아래로 꺾여 있으면 묵직한 스피릿이 나오고, 증류기 크기가 크고 라인 암이 위로 향해 있으면 가벼운 스피릿이 나온다). 피트 향을 입힐 때는 어떤 지역에서 캐 온 피트인지, 건조된 피트만 사용하는지 축축한 피트를 섞어 쓰는지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풍미를 내게 되고, 숙성 과정에서는 어떤 오크통에 숙성하는지가 위스키 풍미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모든 과정에서 각자 증류소가 개성을 발휘하여 최종적인 위스키 풍미를 완성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까지 마셔온 위스키의 풍미가 또 색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지금 마시는 이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데 사용된 증류기의 크기와 라인 암 각도를 나도 모르게 추측해보고 있을지도.
“이제부터 스코틀랜드 증류소 탐험을 떠난다. 스페이사이드와 아일라 지역 증류소 26곳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나는 여러분의 가이드이다. 각 증류소 역사와 더불어 그곳에서 위스키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할 것이다. 증류소 가이드로서 내가 세운 목표는 ‘위스키학學 강의’가 아니다. 증류소 탐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조 공정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따라서 위스키를 잘 모르는 분도 아무 걱정 할 필요가 없다. 가이드인 나의 안내를 들으며 탐험하다보면 어떻게 몰트를 만드는지부터 당화와 발효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증류실에서 눈여겨봐야 할 게 뭔지 등등을 전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