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임진 난리라는 무서운 국난을 겪기 때문에 국탕이 한때 죄 고갈되었던 그 상처도 한 삼십 년 지나서는 얼마만치 회복되었다. 임진 직후에는 무슨 관기(官妓)깨나 있다손치더라도 그런가보다쯤으로 여겼지 명기니 무엇이니 구별할 만 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거니와 그것도 한 삼십 년 지나니까 사람의 본능이란 할 수 없는 것이라 유흥이 늘어 가고 명기니 무엇이니 하는 것도 차차 생겨났다. 이러한 가운데 자고로 기생으로 이름 높은 평양에 동정월(洞庭月)이라는 기생 ?명기가 있었다. 노래 잘하였다. 춤 잘 추었다. 묵화(墨畵) 깨도 칠 줄 알았다. 기생으로 가져야 할 지식은 다 그만하면 제법이었다. 이상의 것을 마음여겨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명기가 되려면 꼭 필요하고도 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자색(姿色)이라는 천품을 동 정월은 남보다 훨씬 많이 타고 났다. 이 자색이 붙은 덕에 그는 적잖은 평양 기생 중에 명기라는 이름을 획득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명기라는 칭호를 획득한 원인에는 또 한 가지가 있었다. 즉 아직 사내와 접하지 않았다 하는 점이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생리적으로 동정월은 지금껏 처녀라 하는 점이었다. 처녀 기생?얼른 듣자면 가소롭고 또 가소로운 이 칭호 때문에 동정월의 명기 칭호는 나날이 높아갔다. 위로는 감사 목사의 권력에도 굽지 않았다. 아래로는 돈 많은 관속 얼굴 절묘한 도령 글 많은 선비에게도 굽지 않았다. 「대체 어쩔 셈이냐.」 너무 딱하여 그의 부모가 채근이라도 하면 그는 판에 박은 듯이 「한번 잃으면 다시 못 찾을 정절을 허투로 버리리까. 장래 남편에게 바치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재우쳐 「그럼 남편을 얼른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