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우정을 다짐한 그해는 다사다난했다. 먼저 두발에 이어 교복 자율화로 고 일 때까지 입었던 교복을 벗게 해 주었다. 장정구가 WBC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며 봄을 알렸다. 해태 타이거즈가 프로 야구 코리안 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이월에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자유 대한의 품으로 넘어왔다. 여의도 광장에 백만 넘는 인파가 쏟아져 나와 귀순 환영 대회를 벌였다. 남녘이 북녘보다 몇십 곱절 잘산다는 말에 보람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