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마법사. 남킹의 판타지 소설 모음.
“사랑은 무엇입니까?”
“사랑은 끌림입니다.” 왕자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차분하게 답변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끌림을 당신은 저에게서 느끼시나요?”
“끌림이 없었다면 애써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끌림의 절정을 마주한 지금,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답변에 만족한 듯, 기쁜 표정으로 공주의 아리따운 눈을 응시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끌림의 절정이 혹시, 오십 년도 안 되어 썩어 문드러질 저의 껍데기에 현혹된, 착각의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요?” 공주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되받아 물었다.
“저의 끌림이 당신의 미모에 대한 현혹 혹은 착각일지라도, 그건 수만 년을 이어져 온 인간의 유전적 특성에 기인하는바, 밴댕이의 눈에는 그들만의 보편타당한 미의 기준이 있을 것이요, 오랑우탄의 눈에도 역시 통용되는 아름다움의 잣대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사람의 끌림에는, 생물학적으로는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근본적 삶의 목적이 담겨있습니다. 즉, 인간은 DNA라는 실체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왕자도 당당하게 답을 했다.
“그럼 왕자님은 본능을 초월하는 정신적 고상함을 겪어보시지는 않았나요?” 공주의 질문에 왕자는 바로 답을 했다.
“지금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본능을 뛰어넘는 정신적 갈망을…. 공주님.”
“우리가 처음 만난 지 겨우 1분 만에 말입니까? 왕자님.”
“어떤 사랑은 불과 1초 만에 또 어떤 사랑은 10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사랑은, 실체가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하며, 진단을 내리기도 정의를 규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추측이나 예측도 거부하기 마련입니다. 공주님.” 왕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논리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왕자님은 저를 본 순간에 바로 이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확신을 하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공주님. 저는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