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시적인 것이 아닌 듯한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낸 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오믈렛, 그 이상한 충만감
한국시의 새로운 이름으로 기억될 임유영의 첫 시집 『오믈렛』 출간
2020년 시 쓰는 이들의 문학적 열망이 담긴 6천여 편의 시가 응모된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의 심사대에는 ‘아침’이라는 제목의 연작시 한 묶음도 올랐다. 9편 중 8편의 제목이 모두 ‘아침’인 이 응모작은 저마다의 개성을 부각시키려는 다양한 고투가 엿보이는 시편들 사이에서 오히려 심사자들의 눈에 띄었다. 무심하리만치 심상한 동일 제목의 시편들을 제출한 이 비범한 패기를 지닌 시인의 시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박상수로 하여금 “뭐야, 이게 시인가?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심사평)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죽음 앞에 선 인간, 혹은 이미 죽어본 경험이 있는 자의 내면을 펼쳐 보이는 ‘아침’ 연작은 기존의 익숙한 시와는 어딘가 다른, 낯선 목소리의 힘을 발했다. 이 응모자는 곱씹어 읽을수록 “어느 한 편 빠지는 작품이 없이 굉장한 디테일과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마치 한 권의 완결된 시집을 읽은 듯한 만족감”(시인, 문학평론가 박상수)을 준다는 감상을 불러냈고, “고유한 음악이 들렸다”(시인 박연준)는 소회를 불러일으켰으며, “삶의 표면을 따라 부드럽고도 유려하게 이어지는 아름답고 쓸쓸한 세계”(시인 황인찬)를 구축해냈다는 평까지 얻으며 그해 시단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시인 임유영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유영은 부지런히 신작 시를 발표하면서 독특한 리듬과 이야기성을 지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 외 5편이 “시가 끝난 후 시 전체를 시적인 것으로 순식간에 들어올”(문학평론가 이광호)린다는 평을 받으며 2021 문지문학상 후보로, 「호수관리자들」 외 5편이 “깊은 통찰력”과 “감각적인 예지력”(시인 김행숙)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2 문지문학상 후보로 연달아 선정되면서 문단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오믈렛』은 그런 임유영의 첫 시집이다. 죽음과 탄생, 이야기와 다성성, 시쓰기에 대한 의식과 여성성 등이 알알이 녹아 있다. 1부(‘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는 임유영식 시쓰기의 기원에 대한 힌트를 엿보게 하고, 2부(‘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는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름답고도 쓸쓸하고 그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3부(‘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는 그 강렬했던 ‘아침’ 연작에 새로운 제목을 달아 선보이며 죽음 이후 다시금 깨어나는 듯한 반복과 각성의 장면들을 더욱 긴장감 있게 펼쳐 보이고, 4부(‘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로 탄생한 시의 색다른 창조성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