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천국에서 만나드래요”
“목숨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지하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생명을 포기하고 북한에서 탈출했다”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화창작지원 선정 장편소설
탄압받는 북한 지하교회를 통해
장막 뒤 간절한 신념을 그리는,
노은희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노은희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작가는 2003년 창주문학상으로 등단한 후 소설집 『우아한 사생활』 『트로피 헌터』, 장편소설 『다시, 100병동』뿐만 아니라 여러 동화와 에세이를 발표하며 탄탄한 서사와 문장력으로 독자와 만나왔다. 김미월 소설가가 말했듯 “양지에 있지만 그늘을 바라보는 작가”인 저자가 이번 『친애하는 동무들』에서는 장막 뒤 그늘 속의 간절한 신념을 그린다. “성경 말씀을 큰 소리로 읽고 싶고, 찬송가를 목청껏 불러보고 싶어” “하나뿐인 생명을 걸고 북한 땅에서 도망”친 북한이탈주민 순자와 북한 지하교회를 지키기 위해 남으로 향했던 발끝을 다시 북으로 돌린 순영의 서사는 북한 종교활동의 참혹한 실상을 핍진하게 그리며 내레이션처럼 잔잔히 이어지는 문장으로 순교적 신앙을 들려준다.
여덟 편에 담긴 여덟 가지 시선
작은 동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재은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북한이탈주민인 순자를 고용하고 있다. 귀찮은 일도 눈살 한번 안 찡그리고, 재은에게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살갑게 구는 순자 덕에 재은의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다. 미용에 대한 꿈을 안고 있는데다 북한 음식까지 정성 들여 만들어오는 순자에게서 재은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심부름 간 게 맞아요? 리순자에 대한 물음인 듯하다. 둘째 며느리의 물음에는 의구심이 가득 묻어났다. 북한 사람들은 좀 그렇잖아요. 책임감도 없고 이것저것 타먹는 돈도 쏠쏠하다고 들었어요! 말기암 병동의 환우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 사람이, 앞뒤 사정도 모르고 리순자를 의심하는 것에 화가 났다.
-「친애하는 동무들 1: 재은 편」에서
북한에 성경 보내기를 하며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해 활동하는 순자는 자신의 탈북 때 정한 계획대로 브로커와 접촉해 동생 순영과 지하교회 성도들의 탈북을 추진한다. 그런데 국경 근처까지 왔다는 순영이 일행과 함께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순자는 동생을 찾아 북한에 들어갈 결심에 중국으로 향한다. 순영 일행이 다시 북으로 향한 이유는 미란이 기도 중에 들었다는 “북에 남으라”는 계시 때문이었다. 돌아가서 발각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가혹한 고문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일행은 동요하기도 했으나 마지막 결정은 함께 북한의 지하교회를 위해 다시 발을 돌리는 것이었다.
순자와 함께 남으로 온 해진, 순영 일행의 종교적 신념을 접하고 성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브로커 등 작가는 작중 인물들을 화자로 한 여덟 편의 서사를 풀어놓았다. 북한과 남한,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여덟 개의 이야기는 자유에 대해, 종교에 대해, 분단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북한문학이자 기독교문학의 금자탑
‘북한의 지하교회’는 북한과 기독교,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보위부에 들켰을 때를 대비해 면도날을 숨겨넣은 성경책을 전달받는 북한 성도들의 소망은, 온몸을 비틀며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십자가를 보고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는 곳, 회개기도를 소리 내서 해도 누구도 잡혀가지 않는 곳이다. 그 소망을 위해 그들은 가방 “맨 위 잘 보이는 곳에 그라목손을 올려두”고 탈북을 감행한다.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국경 근처까지 왔을 순영 일행이 “북에 남으라”는 계시를 받고 북한으로 발을 돌린 것은 지하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순교적 신앙심이다. 산에서 몰래 예배를 드리다 누군가의 밀고로 체포되어 처참히 사살당한 차덕순 선교사 이야기, 1957년 종교를 탄압하는 김일성을 지지하지 말라고 외치다 사살당한 이만화 목사 이야기 등 순교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북으로 되돌아간 순영 일행의 신앙심을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박찬일 문학평론가가 해설에서 “선교-순교문학의 금자탑이”이라고 평한 이유이다.
또 하나, 『친애하는 동무들』 속에는 남한 사람, 다시 말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이 있다. “북한의 상황에 관해서이고, 북한의 언어에 관해서이다. 그들의 한숨, 그들의 처지, 그들의 어투, 나아가 북한의 (생소한) 여러 이름, 제도 및 장치들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한 박찬일 문학평론가는 “남한의 작가 노은희의 『친애하는 동무들』은 외부자 시점으로 북한 리얼리즘의 외양을 넓혔다”고 말한다.
나라고 어찌 북에 남고 싶갔어요. 하지만 주님의 음성을 어찌 어길 수 있단 말입네까. 이것은 내게 부탁하신 일이 아니라요. 주님의 명령입네다. 북에 남아 복음을 계속 전하라는, 북에 남아 우리의 예배처소를 지키라는 주님의 명령입네다.
-「친애하는 동무 5: 미란 편」에서
작가는 작품을 쓰기까지 북한 지하교회 관련한 자료를 모으고 북한이주민을 만나 북의 실상을 전해듣는 과정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한 그들 모두가 참된 순교자였고, 신실한 그들의 믿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관련 기사마다 한결같이 그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악플이 달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을, 나아가 분단을 함께 아파하는 연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전히 숨어서 성서를 읽어야 하고, 생명을 담보로 한 신앙생활을 하는 나의 친애하는 동무들이 언제쯤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위태로운 그들의 삶에도 늘 함께하시는 주님의 변치 않는 사랑을 믿습니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