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화자의 관점을 통해 뭉뚱그림으로써 해학적인 웃음을 작품의 주된 정조로 그려낸 소설!!
내 아내가 될 점순이는 16살이다. 나는 데릴사위로 작정된 채 3년 7개월이나 돈 한푼 안 받고 일을 했지만 심술 사나운 장인 영감은 점순이가 아직도 덜 자랐다고 성례를 미루기만 한다. 「봄·봄」의 장인은 엄격하게 말하면 악인이다. 그는 마름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의 사나운 욕심을 채우려고 마을 사람들한테 횡포를 부리고, 품삯을 아끼기 위해 데릴사위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총각들을 불러들여 새경 안 주는 머슴으로 계속 부려먹는 사람이다.
첫 딸의 경우엔 무려 열 번이나 사람을 갈아들일 정도였다. 또한 욕필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입도 험하고, 걸핏하면 지게작대기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처럼 악인의 조건을 골고루 갖춘 인물인데도 작가는 그를 드러냄에 있어 결코 비판하거나 고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부정적 인물이나 현상에 대한 예리한 풍자적 시선이 아니라, 욕심 많고 무지한 인물이 벌이는 우스꽝스런 행태를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김유정의 소설세계
김유정의 작품들은 대부분 희극적인 상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우직하고 순박해서 늘 약삭빠른 존재들에게 이용당하는 ‘바보’ 같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현실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경직된 반응만을 보이거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여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독자들은 이러한 저급한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웃음을 띠게 되는데, 이러한 웃음은 현실을 망각하는 방향이 아니라 당대의 비참한 농촌 현실을 상기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소낙비」의 춘호, 「만무방」의 응칠이, 「금따는 콩밭」의 수재, 「노다지」의 꽁보, 「땡볕」의 덕순이 부부가 보여주듯이 일제의 가혹한 수탈 정책으로 말미암아 고향에서 쫓겨나 유랑하고 있는 농민들을 소설적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하층계급의 끈질긴 생명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김유정의 웃음은 고전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학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