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삶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
1930년대 한국사회의 지식인층에 만연되었던 일종의 ‘사(死)의 찬미’류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겨울 별장을 배경으로 비인기작가인 젊은 남자와 폐병환자인 젊은 여자와의 짧은 만남을 그리면서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다. 음습한 별장, 반복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 여인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묘사를 통해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는 작가의 유미주의적 시각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이태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삶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고색창연한 별장의 시각적 묘사와 까마귀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묘사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감각적 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젊은 여인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구실을 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정조를 우울하고 음습하게 하는 장치로서, 소설의 주제 표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덕방》 1930년대 서울 변두리의 한 복덕방에서 소일하다 몰락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복덕방 주인인 서 참의, 서 참의의 친구인 박희완 영감, 사업실패로 몰락해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안 초시 등 3명의 노인이 주인공이다. 안 초시는 재기를 꿈꾸는데, 어느날 박 영감이 안 초시에게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일러준다. 안 초시는 딸과 상의하여 투자를 결심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 땅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은 하나도 들려오지 않는다.
《돌다리》 정거장에서 샘말 십리길을 내려 오노라면 샘말 동네보다는 그 건너편 산 기슭에 노인 공동묘지가 눈에 먼저 띈다. 샘말 동네를 가는 창섭은 의사의 오진으로 맹장이 터져 죽은 오누이 창옥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를 바라보며 묵례를 보낸다.
누이의 죽음에 충격받은 창섭은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버지가 권하는 고농을 마다하고 의전으로 들어갔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맹장수술로 권위를 떨치고 있다.
의사가 돼 서울에서 어느정도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창섭이 이번에 병원을 늘려보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