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촌’이라는 은유적 공간에서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불구 청년의 순정과 절망을 그려낸 소설!!
1930년대 우리 민족의 가난은 극도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이 특히 가난했다. 게다가 남편을 잃고 어머니 혼자 세 아이를 데리고 사는 칠성네 같은 집이야 오죽했으랴. 땅뙈기 하나 변변한 것도 없고, 한몫을 할 아이들은 불구자이니 더더욱 생활의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다. 이렇듯 처절한 상황과 큰년이를 향한 칠성이의 마음은 분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현재 생활이 절망이라면, 큰년이를 향한 사랑은 희망이다. 칠성이 집 사람들의 삶이 음울하고 칙칙한 빛깔이라면 큰년이를 향한 칠성이의 마음은 분홍빛이다.
칠성이는 동냥을 하여 연모하는 이웃집 눈먼 처녀인 큰년이에게 인조견 옷감을 떠다 주지만, 그녀는 이미 부잣집 첩살이로 떠나게 된다. 극심한 빈부의 격차가 보여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된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고, 또한 돈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첩살이를 해야 하는 하층민의 극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경애의 소설세계
강경애는 카프 조직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으면서도 식민지적 갈등과 모순에서 계급 문제를 읽어내고 그것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작가로 꼽힌다. 특히 간도 체험을 기반으로 하여 많은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계급 문제를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에 근거하여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최서해의 경향을 이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여성적 시선에서 여성 문제를 다룬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여성 문제는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지주 내지는 식민지 국가권력과의 다면적인 관계 속에서 설정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식민지의 질곡 속에서 이중으로 수탈당하던 하층 여성으로 설정된 것은 이 때문이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작품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인간문제』」역시 가난과 억압을 견디다 못해 농촌을 탈출, 농민에서 노동자로, 노동자에서 각성된 노동자로, 그리고 다시 조직적 활동가로 변모해 가는 여성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계급 문제·여성 문제를 총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강경애는 하층 계급의 여성을 통해 민족적, 계급적, 성적 억압에 고통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작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