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체제의 사회, 경제적 탄압이 빚어낸 모순과 부조리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풍자소설!!
일본인 밑에서 만족을 느끼며 사는 한 소년의 입을 빌려 무능한 지식인 아저씨의 비극이 조롱되고, 그 이면에서 그 아저씨의 사상 실천적 삶이 옹호되고 있는 풍자소설이다.
일제 강점기에서의 민족적 비극이 당연한 것이라는 표현에서 현실과 타협해 사는 당대 일상인의 삶의 실제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그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일제에 의한 지배구조에 맞싸우는 노력이 참으로 값진 것이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역논리기법이 발휘되어 있다. <레디메이드 인생>과 더불어, 지식인을 대상으로 삼은 채만식 풍자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나름대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아저씨는 현실을 추악하게 보고 개인적 파멸을 감수하면서 현실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카인 나는 현실을 아름답게 보고 만족하며 사는 인물이다. 시대 상황에 대한 유식층과 무식층의 반응을 표현한 것이다. ‘칭찬-비난의 역전’의 형태로 작가는 ‘나’의 생활 방식을 칭찬하고 아저씨의 비현실적인 사고 방식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심층적인 의미에서는 ‘나’의 생활 방식을 은근히 비판하면서 아저씨의 입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채만식의 소설세계
채만식은 1924년 단편 『세 길로』가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문단》에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였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농민의 현실을 그려낸 『부촌』」이나 소시민의 가난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산적』과 같은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만식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만식의 작품 속에는 식민지 상황 하에서의 농민의 궁핍과 지식인의 고뇌, 도시 하층민의 몰락, 광복 후의 혼란상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초기에는 지식인의 자의식을 날카롭게 투시한 지식인소설로 독특한 작가적 면모를 획득하였으며, 지식계급으로서의 자의식이 민중적 현실과 폭넓게 접촉하였을 때는 비극적 리얼리즘의 창작방법을, 그렇지 않고 대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적 정신이 지배하게 되었을 때는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의 소설세계를 이루었다. 또한 판소리 사설체와 같은 전래의 구전문학 형식을 오늘에 되살리는 특유한 진술 형식은 그의 소설을 특징짓는 또 다른 요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