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이라도 해볼까? 팔기는 하는지, 얼마에 파는지”
나는 돼지에게 맥주를 건넨 후 그의 옆에 앉았어.
“야 그럼 우리 대학은 왜 다녔냐?”
“이렇게 안 살려고.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주말에는 출근 안 해도 되는.”
“하긴. 나도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삶이 꿈이야.”
이 소설은 대학 졸업을 앞둔 한 청년이 취업에 실패하며 우연히 접한 대마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와 절친한 친구인 ‘돼지’는 금수저 친구인 ‘아티스트’의 방에서 우연히 대마를 접한다. 나와 돼지는 신세계를 경험한 뒤 그 황홀한 세계에 탐닉하다가 공짜로 피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결국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범죄 사업에까지 손을 뻗는다.
소설은 그들이 어떻게 대마의 늪에 빠져드는지, 왜 그토록 탐닉하는지, 왜 멈출 수 없었는지, 그들의 내면과 상황이 생생하고 조마조마하게 펼쳐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직접 대마를 피워보는 것 같은 독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이래서 사람들이 그 세계에 빠지는구나, 짐작할 수 있다.
또한 20대 청년들의 고통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인 ‘나’와 ‘돼지’는 수많은 면접을 보지만 늘 거부당한다.
“아직 앉으라고 말 안 했는데요?” “서빙하는 사람을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생물체로 인식하는 진상들” 등, 스펙 없는 청춘들을 무시하는 면접관들이나 존중 없는 아르바이트 현장에 대한 장면들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아니 안 하는 그들이 안타까워진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꿈이 그렇게 과한 것이었을까. 시작은 무더운 여름이었어,로 출발한 나의 선택은 어디로 흐르게 될까. 마지막 장인 ‘내 삶의 마지막 파도에 대한 이야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감각적이고 무심한 듯한 문장, 빠른 전개는, 한 번 이 책을 들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