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처럼 숨처럼", 오로지 소설로 존재하는 사람…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 신작 소설집 올해로 등단 26년째,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마디」로 작가생활을 시작한 구효서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삶이 깊어갈수록 소설세계 또한 다채로워진 대표적 전업작가.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 신비주의와 낭만주의 등 다양한 문체와 알레고리로 독자를 꾸준히 매혹해온 그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을 잇는 여덟번째 소설집 『별명의 달인』은 앞선 두 소설집에서 천착한 탄생과 소멸의 문제에서 벗어나 삶 그 자체를 조망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 끝에 따라붙기 마련인 허무의식이 이번 소설집 곳곳에 스민 것은 그러므로 놀라운 일이 아닐 터, 그것이 삶에 대한 포기나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이 소설집의 빛나는 힘이 있다. 요컨대 삶은 유한하며 우리는 삶의 의미를 끝내 모를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까닭에 끊임없이 재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