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이즘이 출현하기 무려 450여 년 전, 미술사적으로 전무후무한 경이적인 초현실주의 화풍을 탄생시킨 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뮈스 보쉬. 그가 남긴 여러 걸작들 중 『쾌락의 정원』은 다 빈치의 『모나리자』, 렘브란트의 『야경꾼』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복제된 그림이다. 육체적 쾌락에 대한 갈망과 죽음의 공포 등 중세의 대표적 사고 체계를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보쉬의 이 세폭제단화Triptych는 또한 빌헬름 프랭거를 포함한 미술사가들의 끊임없는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세폭제단화라는 종교 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통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것들로 가득하다. 프렝거는 『쾌락의 정원』이 아담파라 불리기도 하는 비밀단체, ‘자유정신형제회’의 수장인 실존 인물 야코프 반 알마엔힌의 주문에 따라 그려졌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흔 살이 되던 해, 프랭거의 이단적 해석을 하나의 주요 축으로 삼아 이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