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다 다르기에 애달파 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깊이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같다. 텅 비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알차게 살아간 사람이나 허송세월을 보낸 사람도 결국은 같은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동등하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것이다. 그래서 인생을 공이라고 하였는지도 모른다. 장편 소설 “은 목걸이”는 바로 공허한 인생이 주제이다. 태어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죽어가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행복과 비극이 전혀 다른 것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같은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고 보람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만물을 창조한 신만이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편 소설을 10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사랑과 현실 폭력적 사랑 처연한 사랑 다양한 사랑 결혼 그리움 마지막으로 은 목걸이로 구분되어져 있다. 주인공의 인생 역정을 통해 삶의 진실을 파헤쳐가고 있다.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삶의 치열함 속에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며 즐겁게 감동을 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1. 苦 이야기의 시작은 병원이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갑작스레 스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앞에서 지난날을 회상하게 된다. 모든 것이 바람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고통스럽다. 아들과 며느리의 존재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 잘하고 똑똑한 며느리의 행동은 인생을 공허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대로 딸과 사위는 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위가 상냥하게 다가오고 딸은 일에 묻혀 살아가고 있다. 그런 딸은 안쓰럽게 생각되어지고 반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며느리는 밉게 보이니 요상한 일은 틀림이 없다. 정년퇴임을 하고 난 뒤 남편마저 스러지게 되니 엄습하는 삶에 대한 공허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구속하는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어진다. 그래서 떠난다. 자유를 찾아 멀리 멀리 떠난다. 2. 어린 시절 행복하였던 유년 시절을 회상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진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지고 그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반농반어였던 고향 마을이 그리워지고 일을 모르고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과 평생 일만 하신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진다. 집안의 기둥으로서 제자리에 정착시킨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억척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었다. 아버지는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는 더욱 더 무능할 뿐이었다. 어머니가 없었다면 전쟁에 모든 것이 날아가고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 분명하였다. 축복 속에 태어난 날의 기쁨은 부모님의 몫이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해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세상이 그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전쟁과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재물을 잃어버리고 나니 막막하기만 하였다.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없었다면 공부도 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였다. 3. 학창시절 어머니의 성실한 생활태도 덕분에 가정이 무너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다. 배우지 못한 어머니의 삶의 태도는 성실이 전부였다. 양심에 의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살아간 어머니의 성실함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였다. 성주신이며 조왕신 등 모든 것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믿은 어머니는 빌고 또 빌면 자식들에게라도 분명 복이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살았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의 지원과 고모의 도움 그리고 장학금을 받음으로서 공부는 계속 할 수 있었다. 이 평생 동안 함께할 친구를 만나게 된다. 친구 영옥이 또한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였다. 어머니가 작은이여서 겪어야 하는 고통은 돈이 없이 고통을 받는 것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의 커다란 고통이었다. 4. 사랑과 현실 영옥이와 함께 하는 생활 속에서 남자를 우습게보았다. 그 것은 분명 비극의 씨앗이었다. 남자는 분명 남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모두 다 무시하였으니 세상을 우습게 본 것과 마찬가지였다. 영옥이가 겪어야 하였던 슬픈 과거가 그런 모든 것들 왜곡시킨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었다. 사랑과 현실은 분명 다른 것이란 진리를 깨우치지 못함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뒤틀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냥 세상을 우습게 볼뿐이었다. 참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었다. 5. 폭력적 사랑 진실로 짝사랑하고 있는 한 마을 머슴애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허 기문. 전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끈질긴 사랑 구애는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가 아무리 저돌적으로 달려와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감정이 일지 않으니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세월은 흘러 대학을 졸업하였고 선생님이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에 빠져 있다가 황당한 일을 당하고 만다. 그 것도 따지고 보면 남자를 우습게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 여행 중에 그만 폭력적인 사랑에 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남녀 관계인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짓궂은 사랑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단호하게 물러서면 그렇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무언가 그에게 끌리는 힘이 있었기에 밀려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것은 큰 잘못이었다. 미적거려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앞에만 서면 그냥 무너지곤 하였다. 그런 사랑이 오래 갈 수가 없는 일이었다. 6. 처연한 사랑 얽혀버린 관계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와는 결국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에는 사연이 복잡하였다. 후회와 눈물의 시간 속에서 내린 결론은 그와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끝가지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힘이 되어 준 이가 있었다. 홍 민규. 헌신적의 그의 사랑은 얼어붙은 마음에 재생의 불빛을 피우는 데 충분하였다. 그의 사랑이 없었다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의 사랑을 먹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하나가 되는 데에는 스스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폭력적인 사랑의 경험이 있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7. 여러 가지 사랑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몸으로 부딪히며 사랑갈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여 속이 썩어 들어가기도 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날마다 보아야 하는 고통 또한 크기만 하였다. 동생들의 결혼 소식에 접하면서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친구 영옥이 또한 재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가고 있었다. 남자의 의지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능력에 부러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에는 저마다의 길이 있다는 점이었다. 8. 결혼 우여 곡절 끝에 기문이하고도 이별을 하고 결국은 기문이와 결혼을 하게 된다. 기문이와 하나가 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진즉 함께 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쉽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길을 돌아서 도착하게 되니 후회가 앞섰다. 그렇지만 잡은 행복을 놓고 싶지 않았다.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다. 무엇이 행복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이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산다는 것이 그렇게 복잡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9. 그리움 결혼하여 살면서도 방황은 계속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피부에 닿는 바람과 조우할 때마다 일어나는 그리움을 억제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들과 딸이 태어나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편의 바람을 확인하게 됨으로서 겪어야 하는 배신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쩌란 말인가. 자신은 이미 결혼하기 전에 남편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짓들이 다 해버린 뒤이니 뭐라 말 할 수가 없었다. 10. 은 목걸이 병실에서 벗어나 고향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인생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분명히 알 수는 있었다. 무엇이라고 꽉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인생이 그냥 공허한 것만은 아니라는 알게 된다. 주관적인 인생의 판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객관적인 것이 전부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권력과 돈이 무엇인지 자유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남편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돌아온다. 가기로 결정되어 있는 사람이 간다는 것은 절대로 놀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음미하면서 남편이 가는 길을 배웅한다. 남편이 건네주는 은 목걸이를 보고 감회가 새로워진다. 잊지 못할 민규가 남편에게 전해달라고 한 은 목걸이라는 것이었다. 왜 그 것을 이제야 주는 지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은 목걸이를 목에 걸고는 행복해진다. 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