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인간관계의 내면을 섬세한 필치로 포착해온 소설가 조경란의 단편집이 출간됐다. 등단한지 만 8년째, 그동안 3권의 창작집과 3권의 장편소설, 1권의 중편소설과 산문집까지 총 여덟 권의 책을 펴낸 바 있다. 문학평론가 손정수는 해설에서 \'나를 이야기하는 칼리그람\'으로서의 조경란 소설에 주목한다.(칼리그람이란 글자로 된 그림, 점과 같은 글자들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칼리그람에 가까이 다가가 글자를 읽으려 하면 그림이 보이지 않고, 멀리 떨어져 형상을 주시하면 글자들은 점으로 변한다. 결국 보는 이는 글자와 형상을 동시에 바라볼 수 없다.)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이야기하는 것은 조경란 소설의 가장 큰 특징. 그는 언제나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이야기하고 나를 통해 또한 타인을 이야기하며, 마침내 관계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소박하고 엄격한 삶, 이 작고 푸른 정신, 내 생의 이 희귀한 열정으로, 새 지도를 그리려\' 조용히 걷고 또 걷는다. 그 발끝에 걸린 무게와 열정과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