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훈
2012년 초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마이디팟의 광고를 보고 제 원고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차가운 거절이 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좋은 조건의 답장을 받고 정말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단편 모음 ‘이별에서’를 마이디팟을 통해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소설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소설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사에 연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요. 거절을 당한다는 생각으로 <롤라이 35SE>의 초반 원고를 보냈는데, 오히려 ‘처녀작은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라는 말 그대로 엄청난 격려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말까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롤라이 35SE>는 처녀작인 ‘이별에서’와 달리 예전부터 꼭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쓰던 소설이었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 중, 어느 날은 삭제한다 하여도 인생에 변화를 주지 않을 그런 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날도 많지요. 아주 특별한 날일 수도 있고, 아주 비극적인 날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비극적인 날이 있다면 소설을 써보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좋은 선택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별에서’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쓰게 된 소설로, 글을 쓸 때 어떠어떠한 캐릭터를 만들고 거기에 이런저런 성격을 부여하는 식으로 소설 안에서는 내가 신이 되었습니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내가 특별할 수 있다는 위안을 갖게 되었지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마약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롤라이 35SE>는 12년 전에 처음 머릿속에서 줄거리가 떠오른 소설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은 서류창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줄거리를 구석에 박힌 서류 상자에 넣고 오랜 기간 동안 그 상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비유일 거 같습니다.
출간작 <이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