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단편소설이다. 형과 서로 떠난지가 벌써 팔년이로구려. 그 금요일 밤에 Y목사 집에서 내가 그처럼 수치스러운 심문을 받을 때에 나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믿어 주던 형은 동정이 그득한 눈으로 내게서 「아니요!」하는 힘있는 대답을 기다리신 줄을 내가 잘 알았소. 아마 그 자리에 모여 앉았던 사람들 중에는 형 한 사람을 제하고는 모두 내가 죄가 있기를 원하였겠지요. 그 김씨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렇게 순후한 Y목사까지도 꼭 내게 있기를 바랐고 「죽일 놈!」하고 속으로 나를 미워하였을 것이외다. 그러나 내가 마침내 『여러분 나는 죄인이외다. 모든 허물이 다 내게 있소이다!』 하고 내 죄를 자백할 때에 지금까지 내가 애매한 줄만 믿고 있던 형이 『에끼 ─ 네가 그런 추한 놈인 줄은 몰랐다.』 하고 발길로 나를 걷어찬형 의 심사를 나는 잘 알고 또 눈물이 흐르도록 고맙게 생각하오. 만일 나를 그처럼 깊이 사랑해 주지 아니하였던들 형이 그처럼 괴로와하고 성을 내었을 리가 없을 것이요. 그때에 목사는 가장 동정이 많은 낯으로 내 손목을 잡으며 『박군 ─ 회개하시오 회개하시오.』 하고 나를 위하여 기도까지 하여 주었지마는 그보다도 형의 발길로 얻어채인 것이 더욱 고마왔소이다. 나는 그 길로 그 누명을 뒤집어쓰고 동경을 떠났소이다. 떠나는 길에 한 번만 형을 보고 갈 양으로 몇 번이나 형의 집 앞에서 오락가락하였을까. 그러다가도 문소리가 나면 혹 형이 나오지나 아니하는가 하여 몇 번이나 몸을 숨겼을까. 늦은 가을 동경에 유명한 궂은 비가 부슬거리는 그 침침한 골목에서 살아서 영원히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나의 행색이 얼마나 가련하였을까. 더우기 사랑하는 형네 남매와 이주년이나 친 동기와 다름없이 지내다가 마침내 내가 형과 형의 매씨에게 대하여 감히 못할 더러운 죄를 지었다는 누명을 쓰고 제가 있던 집에 다시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어슬렁어슬렁 떠나 가는 내 심사가 얼마나 하였을까 ── 형아 아마 형은 상상하리라고 믿는다. 또 만일 그때에 내가 정말 죄인이 아니요 진실로 애매한 사람이었다 하면 더욱 나의 심사가 얼마나 하였을까. 형아 이 말에 놀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