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단편소설이다. 鳳兒[봉아]야 네가 이 世上[세상]을 떠난지 벌써 나흘이 지났구나. 문소리가 날 때마다 혹시나 네가 들어 오는가 하고 고개를 돌린다. 한길 가에서 지나가는 전차와 자동차를 보고 섰는가 장난감 가게에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못 사서 시무룩하고 섰는가 대문간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 가지고 딱지치기를 하는가. 잠깐 어디 나가 있다가 금시에 「엄마 엄마 엄마」하고 뛰어 들어올 것만 같구나. 그렇지만 아아 나는 분명히 네 몸에 수의를 입히고 네 말 없는 입에 쌀 세 알을 물리고 너를 솔나무 널로 짠 관에 넣고 그 위에 「愛兒李鳳根[애 아이봉근] 安息之處[안식지처]」라는 명정을 내 손으로 써서 분명히 미아리 묘지에 내다가 묻었다. 횡대를 덮고 회 섞은 흙을 덮고 다지고 그리고 봉분을 이루고 들어 왔으니 네가 「아빠 아빠 아빠」하고 뛰어 들어 올 리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러하건마는 내 아들아 너를 잃은 슬픔으로 어리석어진 이 아비의 마음에는 아직도 네가 영원히 갔다고는 믿어지지를 아니하는구나. 금시에 대문 밖에서 혹은 아랫방에나 혹은 건넌방에서나 또 혹은 뒤꼍에서나 「아빠 아빠 하나님이 어디 계셔 응 아빠?」하고 성큼성큼 뛰어 나와서 내 어깨에 매어달릴 것만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