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 에 이어 발표된 이 작품은 신소설의 초기 작품 중의 하나이며 은세계 와 더불어 수작(秀作)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제나 사건의 참신성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으나 작품의 저변에 흐르는 현실 의식 저항 의식은 높이 살 수 있다. 즉 갑오경장 이후 몰락해 가는 양반 계급의 가정적 갈등을 매개로 하여 이에 대한 피지배 계급의 항거 등은 근대적인 문학 세계를 보여 준다. 신소설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이 작품은 기법면에 있어서도 고대소설의 정석에 속하는 설화투가 없어지고 장면 묘사가 허두에 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동인이 그의 한국 근대 소설고 에서 이미 그 문학사적 의의를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상당 부분이 근대소설의 한 단면에 속하는 묘사의 구체성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주요 인물들의 성격이 매우 뚜렷이 드러나 있다. 본래 이 작품은 1906년 10월부터 다음해 11월 5일까지 만세보 에 연재된 후 1908년 7월 25일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상권은 20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하권은 분장 없이 통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