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그이와 살림을 하기는 내가 열 아홉 살 먹던 봄이었습니다. 시방은 이래도――삼십도 못된 년이 이런 소리를 한다고 웃지 말아요. 기생이란 스무 살이 환갑이란 삼십이면 일테면 백세 장수한 할미쟁이가 아니야요――그때는 괜찮았다빈다. 이 푸르죽죽한 입술도 발그스름하였고 토실한 뺨볼이라든지 시방은 촉루( )란 별명조차 듣지마는 오동통한 몸피라?가 살성도 희고 옷을 입으면 맵시도 나고 걸음 걸이고 멋이 있었답니다. 소리도 그만저만히 하고 춤도 남의 흉내는 내었답니다. 화류계에서는 그래도 누구하고 이름이 있었는지라 호강도 웬만히 해보고 귀염도 남부럽잖이 받았습네다. 망할 것 우스워 죽겠네.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하고 제 칭찬만 하고 앉았구먼. 어쨌든 나도 한 시절이 있은 것은 사실입니다. 해구멍이 막히지도 않아 요리집에서 인력거가 오고 가고만 보면 새로 두 점 석 점 전에는 집에 돌아온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집에 와서 곧 자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대개 집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또는 손님과 같이 올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 가지고 또 고달픈 몸을 밤새도록 고달프게 굴다가 해뜬 뒤에야 인제 내 세상인가 보다 하고 간신히 눈을 붙이면 사정 모르는 손들이 낮부터 달려들어 고단한 몸을 끌고 꽃구경을 간다 들놀이를 간다 절에를 나간다합니다그려. 그러니 몸이 피로치 않을 수 있습니까? 놀기란 참 고든 일입네다. 어느 때는 사지가 늘어지고 노는 것이 딱 싫고 귀치 않아서 이년의 노릇을 언제나 마나 하고 탄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