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적?이국적?성적 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작품세계 동경의 세계를 서정적 문체로 승화시키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먼저 돼지 는 얼핏 보기에 암내 낸 돼지와 어리석은 농부를 등장시킨 코믹한 단편 같지만 그보다는 세금 문제로 농민을 괴롭히는 면서기라든지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못 살기는 일반’이라는 농촌의 현실이라든지 또는 ‘한방에서 잠재우고 한 그릇의 물 먹여서 기른’ 소중하기 짝 없는 돼지를 순식간에 앗아간 기차와 같이 이를테면 문명적인 것에 대한 강렬한 반감을 보여주는 다분히 반문명적인 작품이다. 들 은 이효석의 본격적인 ‘서정시적 경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기서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옥분의 허무한 태도’ 즉 그녀의 절제 없는(야생의) 남성 관계이다. 그것이 ‘마술과도 같은 자연의 매력’으로 오히려 찬양되어 있는 점에서 이효석 특유의 자연주의가 엿보이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 은 이른바 인생에 있어서의 기이한 인연 또는 우연이라는 것 즉 인위적이 아닌 천운이란 것을 매우 짜임새 있게 전개해 보인 가작이다. 흔히 1930년대 한국 단편소설에 있어서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장미 병들다 는 현보와 남죽 두 사람이 연예계에서 바야흐로 출세하려던 때에 ‘첩첩한 시대의 구름의 탓’으로 좌절된 것을 들려주면서 소녀 시절에는 ‘참으로 아담한 꽃’같던 남죽이 어느 샌가 ‘지향 없는 닥치는 대로의 길 목표 없는 생활’ 속에서 당연한 절제 없는 생활을 하여 도덕적으로 크게 타락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것도 돼지 와 마찬가지로 다분히 반시대적 또는 반도시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