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처럼 찬란히 나타나 스물아홉에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 반어적 어조와 토착적 유머로 깊은 비애의 잔혹한 즐거움을 그려내다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이며 마름 밑에서 소작논을 부치는 머슴이나 소작인들이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의식적이건 심층적이건 자기 통일화의 구심점을 잃고 방황하는 주변인적 반응으로 점철되어 있다. 순박하고 착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무지하고 티 없는 사람들( 봄봄 산골 ) 굶기를 밥 먹듯 하는 가난 때문에 좌절과 절망을 곱씹는 사람들( 가을 안해 ) ‘농사는 열심히 하는 것 가운데 알고 보면 남는 건 남의 빚’ 때문에 농촌을 등져야 한다고 몸부림하면서도 그곳에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소낙비 만무방 산골 나그네 )일 수밖에 없었다. 굶주림을 면키 위해 아내의 몸을 지주에게 파는 남편의 행위 또한 주변인적 반응의 연장으로 파악된다. 만무방 의 ‘기호’는 아내를 팔아 그 돈으로 노름을 하고 소낙비 의 ‘춘호’는 노름 밑천 2원을 장만키 위해 아내의 매춘을 강요한다. 그러면서도 아내나 남편이 다 같이 아무런 윤리적 수치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아내를 회사에 첫 출근이나 시키듯이 엄숙성조차 지니고 있다. 1930년대 한국 농민의 비참한 삶의 양태를 보여 주면서 작가 김유정은 울분하지도 않고 오열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의 소설은 당시 참혹한 현실과 수탈당한 농민의 자포자기적인 생존 양식을 독자로 하여금 부단히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