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개벽’ 7월호에 발표한 작품. 어느 비오는 봄밤 책을 뒤적거리는 남편 옆에서 아내가 전당잡힐 물건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그날 낮에 한성은행에 다니는 얌전한 소시민 T가 방문하여 자기 아내에게 사다줄 새 양산을 자랑하는 대목과 K 즉 ‘나’가 작가되기를 결심하여 방랑을 끝내고 정착하기까지 자신의 반생을 회고하는 대목이 교차된다. 다음날 아침 장인의 생신 잔치에 동부인하여 참석하는 대목에서는 여러 친척 앞에서 K(나)가 느끼는 자부심과 모멸감 초라한 차림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 등 심리적 갈등이 상세히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