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의 소설은 미로 안에 갇혀 있는 부자유스런 소시민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유(浮游)를 통해 인간이 지닌 절대적 한계상황과 내면적 공허함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바퀴벌레 는 한 부부의 평행선을 긋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내적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아내는 남편을 위해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해 가며 생활한다. 하지만 그 거리감은 남편의 반복되는 가출로 이어지고 아내는 애완견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바퀴벌레를 키우고 관찰하는 데까지 이르게 한다. 끊임없이 돌을 수집하는 남편과 바퀴벌레를 관찰하는 데 집중하는 아내는 도대체 어떤 모양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일까? 부부 사이의 조용한 긴장감이 거친 폭력보다 치열하고 전쟁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민병수 소설의 인물들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은 보잘것없고 약해 보이며 고독하고 지쳐 있지만 그 한계상황을 이겨내려는 강한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것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 나가야 할 숙명의 슬픈 몸부림이 아닐까. 작가는 그들의 처연한 몸부림과 한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비통한 통찰을 표현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