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의 소설은 미로 안에 갇혀 있는 부자유스런 소시민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유(浮游)를 통해 인간이 지닌 절대적 한계상황과 내면적 공허함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봉숙이 는 늙은 총각 최가와 유부남 박가의 하룻밤의 기행기다. 그들은 순댓국집에서 만나 사람들을 관찰하고 술에 취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도우미를 찾는 등 속된 일상 속에서 부유한다. 과거 수학여행 때 그러했던 것처럼 유부남 박가는 노래방 도우미를 독차지한다. 이에 비해 늙은 총각 최가는 어딘가 있을지 모를 ‘봉숙이’를 찾아 사랑을 찾아 유랑을 한다. 반쯤 실패한 삼류인간들의 밤 기행을 담은 봉숙이 는 어쩌면 삼류잡지 표지만도 못한 우리들의 너절한 삶에 대한 새털보다 더 가벼운 관찰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민병수 소설의 인물들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은 보잘것없고 약해 보이며 고독하고 지쳐 있지만 그 한계상황을 이겨내려는 강한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것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 나가야 할 숙명의 슬픈 몸부림이 아닐까. 작가는 그들의 처연한 몸부림과 한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비통한 통찰을 표현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