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의 소설은 미로 안에 갇혀 있는 부자유스런 소시민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유(浮游)를 통해 인간이 지닌 절대적 한계상황과 내면적 공허함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어느 노인 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한 노인을 오랫동안 관찰한 내용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소설 속에서 노인이 발언한 과거 일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또 주인집 남자와 노인은 과연 어떤 사이인지 독자들은 소설 끝까지 혼돈스러운 마음으로 읽어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가 소설 속의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소외된 노인의 삶 혹은 소시민의 팍팍한 삶 언저리에서 평소에는 도저히 떠올리지 못했던 ‘주변인들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민병수 소설의 인물들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은 보잘것없고 약해 보이며 고독하고 지쳐 있지만 그 한계상황을 이겨내려는 강한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것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 나가야 할 숙명의 슬픈 몸부림이 아닐까. 작가는 그들의 처연한 몸부림과 한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비통한 통찰을 표현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