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의 소설은 미로 안에 갇혀 있는 부자유스런 소시민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유(浮游)를 통해 인간이 지닌 절대적 한계상황과 내면적 공허함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여자 4호 는 언뜻 보면 한 방송국의 미팅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를 지칭하는 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여자 4호’란 ‘네 번째로 만난 여자’란 뜻이다. 자신의 운명의 여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나’는 어릴 적에 치성(致誠)을 드리던 할머니가 점지해 준 것만 같은 ‘여자 4호’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자신을 개구리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여자 4호와 ‘나’는 과연 어떤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일까? 무속 신앙을 남녀 간의 만남에 끌어들여 ‘운명’과 ‘환생’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민병수 소설의 인물들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은 보잘것없고 약해 보이며 고독하고 지쳐 있지만 그 한계상황을 이겨내려는 강한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것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 나가야 할 숙명의 슬픈 몸부림이 아닐까. 작가는 그들의 처연한 몸부림과 한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비통한 통찰을 표현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