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서울신문」신춘문에에 단편소설 <풀>로 등단한 하성란 네 번째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집은 이십 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강의 백일몽>, 사라져버린 시간의 흔적을 안타깝게 더듬고 있는 <낮과 낮> 등 '시간'을 소재로 한 열한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부재하거나 왜곡된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통해, 현실에 도사린 일상적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주변적 현실과 일상의 환부를 원숙하고 세련된 솜씨로 짚어낸다. 또한, <단추>, <백일몽>은 의도적으로 문단을 나누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숨가쁘게 교차 편집하거나, <그것은 인생>, <임종> 등의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실체나 사건의 진상을 끝까지 밝히지 않음으로써 모호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등 다양한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