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장편소설 [생의 반려]에서 유정을 만나본다. 유정은 동무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고 했지만 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반려란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 되는 동무를 말한다. 유정(명렬)은 나명주에게 생의 반려가 되어주길 왜 간절히 바랐는가? 나명주는 당대의 명창 박녹주가 아닌가. 독자들은 이 소설 속 명렬군을 통해 유정의 참된 생의 기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 서울 사직동 방문을 밀고 들어서니 유정(명렬)은 여전히 텁수룩한 머리를 하고 방 한구석에 놓인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공부를 하십니까?” “이렇게 영어사전만 만지작거리지요. 찾아온 용건만 말하세요.” “2010년대서 먼 길을 왔는데 그렇게 사람 대하기가 싫으세요?” 유정은 몽롱한 시선으로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넘기다가 “제 전집을 자주 찾아 주시니 저의 염인증에 대해 아시겠지만 그 뿌리를 캐자면 아주 어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