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李孝石)이 지은 단편소설. 1936년 1월 ≪중앙 中央≫ 2월호에 발표되었다. 농장 인부 명준은 분녀의 집 안방에서 분녀를 탐하고 이튿날 만주로 떠나 버린다. 분녀는 가게주인 만갑에게도 재물을 미끼로 하여 순순히 몸을 맡긴다. 천수는 만갑의 가게에서 분녀가 또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한편 분녀에게는 반년 동안 사귀어온 상구가 있었는데 몇 권의 책을 맡기고 난 며칠 뒤 감옥에 끌려 들어갔다. 분녀는 만갑으로 가장한 천수의 꾐에 걸려들어 또 몸을 버리고 만다. 명절날 상금을 타기 위해 그네를 뛰고 있던 분녀는 왕가(王哥)의 눈에 들어 결국 왕가에게도 몸을 맡긴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모든 일을 알아버린 상구는 몸을 함부로 하는 분녀를 꾸짖고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다. 이런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어머니에게 얻어맞은 분녀는 한동안 피신해 다니다가 가족에게 이끌리어 돌아온 뒤 집안일과 들일만을 돕는다. 그 무렵 금을 캐러 만주로 갔던 명준이가 사람을 죽인 뒤 분녀를 찾아온다. 분녀는 명준이만 허락한다면 같이 살 생각을 한다. 이 작품은 이효석(李孝石)의 총독부 경무국 취직사건(1931) 구인회(九人會 1933) 가입을 계기로 초기 동반자의 경향을 서서히 벗어나게 되는 일련의 전기(轉機)에서 나타나는 문학적 특질인 에로티시즘이 미학적으로 형상화된 ‘애욕소설’의 전형(典型)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