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전일보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당선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 김숨의 첫 소설집 『투견』. 간질발작을 앓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나'의 시선으로 개를 잡아 보신탕집에 납품하는 '업자'인 아버지를 처참하고도 냉정하게 그려낸 표제작 「투견」, 아버지는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고, 엄마는 가출했으며, 두 쌍둥이 동생은 고아원에 맡겨진 상태에서 아직 말도 못하는 동생 허리춤에 끈을 묶어 문고리에 걸어두고 학교에 가야 하는 소녀가 이웃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 후 죽음을 택한다는 내용의 「유리눈물을 흘리는 소녀」를 비롯해 1997년 이후 발표한 열 편의 단편을 묶었다. 세계와의 소통에 실패한 주인공들이 겪는 악몽 같은 현실과 내면 풍경을 그로테스크하게 형상화함으로써 개선의 여지가 봉쇄된 잔혹한 현실을 재확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