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을 말한다. 외모가 뛰어나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어느 날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에 물려서 죽었다. 그 멧돼지는 아프로디테의 애인 아레스가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가 멧돼지에 물려 죽으면서 흘린 피에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을 아네모네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네모네를 우리나라에서는 바람꽃이라고 부른다. 한편으로는 아도니스로 칭하기도 한다. 겨울에 쌓인 눈을 뚫고 피어나는 꽃이 있는데, 이를 복수초라고 부르나 서양에서는 아도니스, 혹은 아네모네로 부르기도 한다. 결국 바람꽃과 복수초는 과가 같은 꽃이다.
서양의 아네모네와 동양의 바람꽃은 서양난과 동양난만큼이나 다르다. 서양의 아네모네가 화려하다면 동양의 아네모네는 소박하다. 그 같은 듯 다른 꽃이 인간사회와 유사하다. 다른 문화에서 자란 남녀 간의 사랑과 갈등 속에서 상처를 받고 치유되는 과정을 표현해 보고자 했다.
그리스는 고대문명은 물론 현대문명에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찬란한 인류문명의 발상지이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나라가 되었다. 특히 몇 년 전 벌어진 금융시장의 붕괴는 그리스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경제 규모와 삶의 질이 결코 우리보다 낫지 않게 되었다. 도약하는 대한민국과 쇠퇴하는 그리스를 연결하여 상생의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 우리 삶의 단면 중 맹목적인 불신과 비난의 돌파구를 찾아 헤매던 중 시도하는 길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동서화합, 남북화해도 제대로 못하면서? 가까운데서 풀지 못하면 먼 곳에서부터 풀어보자. 그런 하나의 시도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