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 내가 조바심에 시달렸던 기억이 난다. 10년 넘게 문학공부를 하고도 제대로 된 수필 한 편 쓰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절망스러웠다. 그래서 끼적이기 시작했다. 근사하고 멋진 글은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부담감 없이 쓰자는 마음에서.
아직 현학적이고 어려운 글을 쓸 줄 몰랐던 나는 일상의 소소함을 매우 짧은 글로 적어나갔다. 중학교 1학년 정도의 경험과 이해력만 있으면 무리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지만 그래도 이 글들은 내가 40년 가까이 축적해 온 내공이 필요했다.
쉽게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지만 뭣 모르고 처음 완성한 글이다. 언젠가 가수 양희은씨가 동년배의 팬 층이 자신의 지지대라고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딱 내 나이의 독자만이 내가 이 책에 쓰려고 했던 핵심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글이 사소한 호기심을 채우거나 나이 어린 사람의 미숙함으로 읽힌다고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글을 읽으며 공감을 느낀다면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느껴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강하고 억세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순하고 여리다고 생각한다. 그 순한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강제들에서 조금 벗어나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우리는 숨 쉬고 살 수 있다. 그런 휴식에 마음을 한 없이 부드러워질 수 있는 글이다.
나는 독자들이 늦은 밤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지치고 허무함에 빠졌을 때 읽었으면 좋겠다. 어딘가에 상처 입었지만 평범한 일상을 꿋꿋이 이어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자신을 지키며 심지 굳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지탱하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모습이 이웃을 발견할 수 있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