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해왕좌(海王座) 제47회 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서울 장안의 인기를 물밀듯이 끌어낸 탐정극 〈가상범인〉의 제1막과 제2막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의혹에 찬 무서움과 폭풍우와 같은 흥분을 전신에 느꼈던 것이다.
만일 해왕좌의 좌장(座長)을 살해한 범인이 그의 부인이 아니라고 하면 대관절 누구일까? 원작자가 상상하는 것과 같이 이 극 가운데의 범인이 과연 현실사건의 진정한 범인일까? 더구나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사건과 극 중의 사건을 판단하기 어렵게 하는 것은, 원작자인 탐정소설가 유불란 씨 자신이 이 탐정극에 출연하고 있는 것이요, 또 그 외의 출연배우들도 태반이 해왕좌의 좌장 박영민 씨가 살해를 당한 그날 밤 좌장 댁에 와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가상범인〉이라는 3막으로 되어 있는 탐정극은 단순한 극이 아니고 현실문제인 박영민 살해사건을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반사회의 공정한 판단을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