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무서운 이야기는 {백사도(白蛇圖)}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백사도}라는 한 폭의 그림으로 말미암아 방 안의 공기는 대단히 음침하여서 한 발자국 장내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로 심담을 떨리게 할 만한 그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심중 {백사도}를 한번 쳐다보고 난 나는 가까이 가기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한 발을 뒤로 움쳐 서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러한 종류의 그림 - 소위 괴기파라던가 악마주의라든가 하는 그림을 많이 보아온 사람의 하나였습니다마는, 이 {백사도}처럼 나의 온 정신을 빼앗겨 본 그림은 아직도 없었지요.
오싹하는 몸서리를 온몸에 깨달으면서 꿈결처럼 화면을 쳐다본 나는 그 순간 그 무서운 필치에 일종의 귀기와 그 밑바닥에 흐르는 무한의 평화를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