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무서운 도적이 서울 장안에 나타나서 한 개의 커다란 흥분을 시민들에게 던져준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때도 요즈음처럼 종로 네거리의 아스팔트가 엿 녹듯이 녹아나가던 8월 중순, 뜨거운 태양이 바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불타듯이 이글이글 내려 쪼이던 무더운 삼복 허리였다.
여러분도 아시다 시피 그림자는 실로 기상천외한 재주를 가진 도적이었다.
누군가 그를 가리켜 그림자라고 불렀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그림자는 사실 그 영예스러운 이름을 조금도 훼손치 않으리만큼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지고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그림자처럼 사라지곤 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신도 역시 그림자라고 불리는 것을 결코 불명예라고는 생각지 않음인지, 그는 협박장 맨 끝에는 반드시,
‘너희들이 그림자라고 부르는 사나이로부터.’ 라고 서명이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