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이야기는 나의 가장 사랑하던 누이동생 루리의 기구하고도 눈물겨운 일생기인 동시에, 루리를 중심으로 하고 나의 화우(畵友) 백추(白秋)와 노단(盧檀) 사이에 벌어진 무서운 투쟁기(鬪爭記)입니다.
루리! 그렇습니다. 나는 루리의 그 너무도 무참한 죽음을 회상할 때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함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이며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음이 그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를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달은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어렸을 때 양친을 여읜 루리, 가장 고독하고 가장 착한 루리였기 때문에 그리고 드물게 보는 미모의 소유자인 루리였기 때문에 루리는 이 세상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불행과 가장 큰 무서움 속에서 그 짧은 일생을 마친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