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의 가을은 빌딩가에서 하염없이 신음하고 있는 가로수의 낙엽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페이브먼트에 울리는 수심 많은 숫처녀들의 하이힐 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독신주의자로 유명한 백장주(白章珠) 양, 방금 잡지 《부인문예(婦人文藝)》의 기자로 있는 명랑시인 백 양이 어찌된 셈인지 교정의 붓을 들었다 놓았다, 창밖에 신음하고 있는 플라타너스와 더불어 한숨짓기를 무려 한 시간에 일백스물다섯 번이니, 일 분간에 두 번,삼십 초 만에 한번씩 “후우웃…….” 하고 기다랗게 한숨을 짓는다고. 이것은 백 양과 테이블을 사이에 끼고 마주앉은 ‘샌드위치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황달수(黃達秀)의 기록이니만큼 그 정확성은 가히 믿을 만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