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서운 이야기가 시작된 5, 6년 전만 해도 그저 쓰러져 가는 초가가 제멋대로 여기 한 채 저기 한 채 잘팡하니 앉았을 뿐, 서울 장안의 문화와는 죽첨동 고개를 사이에 두고 멀리 격리해 있는 쓸쓸한 산골짜기였다.
허나 그처럼 초라한 풍경 가운데 단 한 채 오고가는 사람의 시선을 멈추는 소위 문화주택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은 연희장에서 이화여자전문학교로 넘어가는 고개 중턱에 탐탁하니 자리를 잡고 발밑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초라한 풍경을 마치 비웃듯이 송림 사이로 내려다보고 있는 한 채의 조그마한 방갈로풍의 문화주택이 바로 그것이다.
그 집 주인은 뭐 글을 쓴다나 시를 쓴다나 하는 문사라는데 머리를 길게 기르고 마치 해골처럼 살이 쭉 빠진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사나이라는 것이다.
이 사나이는 언제든지 자기 아내의 옆을 떠날 줄을 모른다고. 산책할 때도 같이하고 노래 부를 때도 같이 부르고 심지어 뒤깐엘 가더라도 반드시 계집의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