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책보가 없다!”
그는 오싹하고 달려드는 몸서림을 전신에 깨달으며 마치 돌로 만든 부처님 같이 일순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모르는 것처럼 멍멍히 서 있다가
“이 일을 어찌하노?……”
하는 한 개의 커다란 의문부가 머리에 떠오르자 그는 휙 하고 발걸음을 돌리어 이제 자기가 걸어온 네거리를 향하여 쏜살같이 달음박질을 쳤다.
설사 자기가 옆구리에 끼고 오던 그 검은 책보가 행길가에 떨어져 있다손 치더라도 그의 꿈결같이 몽롱한 시선으로서는 가히 그것을 발견할 수 없으리만큼 그는 모든 이성을 잃어버린 하나의 백치(白痴) 상태에 빠져 있었다.
“책보, 책보! 검은 책보!”
그는 열병환자처럼 부르짖으며 행길가의 이 모퉁이 저 모퉁이를 충혈한 눈동자로 더듬어 보았으나 대금 이천 원이 들어있는 그 검은 책보는 마치 요술쟁이의 요술보자기처럼 보이질 않는다.